약음기, 교재, 바이올린, 마이크 모두 한꺼번에 왔다. 켜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연습실을 예약했지만 취소되었다. 어쩔 수 없이 본격적인 연습은 내일로 미뤄졌다. 밤이 빨리 지나가길 바란다.
호만 교재는 매우 세심하다. 신의 한수였다
칠과 내부 얼룩, 스크레치 등 하자가 있다. 그래도 인연이라 생각한다.
조율을 하다가 도미넌트 E 현이 끊어졌다. 여분 현으로 갈아끼우고 자세를 잡아보았다. 턱으로 고정은 되는데 어깨와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아니고 불편하다. 익숙해지기까지 연습이 필요하다. 그리고 송진에 칼로 흠집을 내고 활털에 골고루 발랐다. 옆부분에도 잘 발라주었다. 송진을 바르자 활털이 하얗게 변했다. 꺽꺽하니 마찰이 잘 된다.
약음기를 끼웠음에도 불구하고 소리가 크다. 활의 모서리로 가늘게 긁어보니 힘을 딱히 주지 않아도 속도만 적당히 붙으면 소리가 괜찮았다. 고음이라 전자기타가 앰프 연결했을 때보다 귀에 잘 박혀온다.
운지를 짚고 활대로 퉁겨보았다. 스티커를 붙이지 않고 하려했는데 조금 용기가 사라졌다. 마스킹 테이프로 붙여보았는데 잘 보이지도 않고 별 소용이 없다는 걸 깨닫고 떼버렸다. 연습만이 살 길이다.
잠을 설치다가 차질이 생겨 교본이 오지 않는 꿈을 꿨다. 물론 그런 일 없이 택배는 잘 오고 있다. 교본과 별개로 레오폴드 아우어의 바이올린 레슨을 구매했다. 조금씩 반복해서 아껴 읽고 있다. 마른 하늘에 단비같은 훌륭하고 섬세한 지침서다. 1921년 출간된 이 책은 거장에게 텍스트로 과외를 받는 기분을 준다.
부상을 염려해 휴식하고 무리하지 말 것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다
정형화된 테크닉을 고집해 가르치는게 아닌, 스스로의 기량을 가장 발휘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끄려는 의도가 좋게 느껴졌다. 기본적인 부분은 알고 있었는데, 알고 있는 것과 다른 점이 있었다.
목으로만 악기를 지지하지 말라는 것, 어떤 연주자는 원하는 음색을 위해 불편을 감수하고 어깨 받침을 하지 않는다는 것, 활을 상박의 힘으로 누르는게 아닌 손목으로 누르는 것이라는 것, 1번 손가락을 띄우고 활을 연주하기도 한다는 것 (기상천외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바이올린을 높게 잡으면 울림이 좋다는 것, 엄지는 굳이 신경쓰지 말고 자연스럽게 하라는 것, 왼쪽 팔에 힘을 빼라고 가르치지만 사실은 힘을 줘야 명료한 소리가 난다는 부분 등등 참 생경했다.
그렇지만 예상했던 것도 있었는데, 비브라토 남용 지적이다. 어떤 제자는 아무리 지적해도 의지와 상관없이 반사적으로 넣는다고 했다. 진지하게 신경적인 문제라 생각한다는 부분이 인상 깊어서 계속 생각난다.
생각치도 못한 부분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정해진 길이 아닌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 사람마다 신체구조가 다르니 유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 심지어는 두 사람이 같은 손 모양을 가졌더라도 막상 열어보면 소리가 또 다르다고 한다. 난 엄지와 새끼 손가락이 뾰족한 모양이다. 내 손은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하다.
도미넌트 현이 장착된 국내산 입문용 수제 바이올린을 인터넷으로 주문했다. 이번엔 차근 차근 수준에 맞는 악기로 밟아나가려고 한다. 목요일에 약음기와 같이 도착할 것이며 기록을 위해 마이크도 구입했다. 실력이 발전하고 나면 거트현과 눈독 들여뒀던 어깨 받침을 구매할 것이다.
오랜만에 들떴다. 몹시 설레인다. 해보고 싶은게 정말 많다. 뭔가를 이렇게 강렬하게 하고 싶었던 적은 없었다. 이제서야 살아있는 기분이다.
재미로 카프리스 24의 악보를 보며 함께 0.25배속으로 늦춘 연주 연상을 보았다. 느리게 보는데도 보려던 부분을 지나치곤 했다. 처음에는 지판을 짚는 손이 어려워보였는데, 보면 볼수록 활의 컨트롤이 훨씬 난이도가 높은 듯 했다. 개인적으로는 속주 부분보다 첫 번째 더블스탑 나오는 부분이 정말 좋다.
프로들의 멋진 연주를 들어도 이건 정말 어려운 곡이구나 생각이 드는데, 가렛의 연주는 속도가 무척 빠른데도 쉽게 연주해서 저속 영상으로 살피기 좋았다. 표현에 따라 활을 사용하는 부분이 세심하게 달라서 느리게 보는데도 악보보다 영상보다 하면서 제대로 살피기는 무리였다.
왜 B플랫과 E플랫만 플랫으로 표현하는가
보잉 자세 연습과 운지법 연습을 했다. 연주자들 보면서 거울로 흉내를 많이 내봤기 때문에 감은 잡았다. 오른쪽 팔은 어깨를 내리고 등 근육으로 가볍게 당기듯이 고정한다. 빠르게 짚는 연습도 해봤다. 장력이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