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음기를 끼지 않았다. 핑거링 힘 빼고 소리를 좋게 하기가 힘들다. 소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 1시간을 해도 막상 제대로 켜는 시간은 절반도 안된다. 계속 녹음하고 모니터링하고 보완점 생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숙달은 나중 문제로. 조금씩이지만 정직하게 발전한다. 인내심이 없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 모양이다. 스티커가 너덜너덜해져서 2개 빼고 뜯어졌다. 이제 붙이지 않을 것이다.
[작성자:] 이사철
DAY 5 (9h20m+1h)
소리가 그래도 들어줄 수는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음을 바꿀 때를 제외하고 말이다. 스타카토 마냥 뚝뚝 끊긴다. 약음기에 익숙해지니 빼고 나서 소리가 나지 않길래 과감하게 빼고 했다. 이웃집이 자리를 비운 시간대를 골라 켜는 중이지반 그렇다해도 옆 집 소리가 다 들리도록 방음이 안 좋은 수준이라 신경쓰인다. 1시 출근을 하고 그 전에 연습을 하다가 가면 어떨까 생각하다가도.. 차라리 7시 퇴근 후 연습실을 빌리고 말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중지 손가락이 아직 낫지 않았다. 더 깎아내야하는데 말이다.
매일 매일 연습하지만 늘 부족하게 느껴지는 건 정말 부족하기 때문이겠지. 아직 10시간 밖에 연습 못했고 말이다. 4시간씩은 해줘야하는데 눈치가 보여서 말이다.
클래식 바이올린 장단점
추천하는 이유
- 가볍고 가지고 다니기 좋다 (전자는 무겁기 그지없다.)
- 좁은 공간에서도 연주할 수 있다
- 준비 과정이 간단하다
- 조그맣지만 소리가 크다 (앰프가 필요없다)
- 섬세하게 표현해낼 수 있는 범위가 무한하다
- 관악기에 비해 관리가 쉽고 위생적이고 재밌다
- 악기보다 실력에 소리가 좌우된다
- 실력이 천천히 늘어 계속해서 배울 수 있고 뿌듯하다
- 보기만 해도 아름답고 충만해지는 기분이다
- 울림이 몸에 직접 전해져서 느낌이 좋다
- 신체를 쓰는 법을 배워야 하기 때문에 한 몸 같다
- 단선율이기 때문에 두 줄 악보를 캐치할 필요가 없다
- 낼 수 있는 음이 무궁무진하고 다양한 소리를 낸다
- 조율이 쉽다
- 슬프고 섬세한 선율, 넓은 음역 스펙트럼
- 퍼포먼스적인 악기로 쇼맨십을 보이기 좋다
고려해봐야 하는 점
- 왼쪽 손가락 끝이 아프고 흉해진다
- 팔과 목 문제로 거장조차 20분마다 쉬는 것을 권장한다
- 활을 제대로 쓰려면 숙달만 한참 걸린다 (최대 1년)
- 자세와 압력과 속도를 몸으로 외워야 한다
- 몇 달 동안 듣기 힘든 소리를 견뎌야 한다
- 4번의 이유로 이웃집을 괴롭게 만든다
- 장기간 연주할시 자세가 불균형해 건강에 좋지 않다
- 음감이 없으면 연주가 불가능하다
- 양치기만으로 실력 향상이 불가하다 (최대 4-6시간 권장)
- 듣는 귀가 없으면 독학이 절대 불가능
- 인내심이 필요하다 실력 향상 가장 느린 악기래도 과언 X
- 혼자 연주하면 아무래도 허전하다
대가는 다르다
국내 젊은 연주자 영상들 보고 가렛 보면서 역시 데이비드가 각을 잘 맞추는구만 생각하다가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의 성당 연주 연상을 보았는데 완전히 칼 각이다. 입이 딱 벌어진다. 이건 아무도 따라올 수 없는 “진짜” 칼각이다. 인간미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신의 경지임.
악보 공포증
나는 음표 공포증이 있다. 보기만 해도 아연질색하게 된다. 막상 들여다보면 별 거 아니어도 콩나물이 “간격이 좁게” 적힌 악보만 보면 그대로 뇌정지가 온다. 얼마나 보면 나아질까?

활 똑바로 켜기




일자로 제대로 켜려고 하니까 드디어 팔과 목이 살짝 아프다. 소리 무척 잘 난다. 팔 모양으로 기억해야겠다. 그래서 결국 교정기를 떼고 하는 중이다.
어느 정도 감을 잡았다.
DAY 4 (8h20m+1h)
진도를 다 멈췄다. 갖고 놀아서 송진 범벅이 된 바이올린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대체 뭘 어떻게 켜고 있으면 온 사방에 송진이… 소리가 소리가 아닌데 이렇게 해도 되나? 멈추고 곰곰히 생각했다. 지금 소리를 잡고 가야 하지 않을까? 활을 자유자재로 쓰게 된 다음 뭐라도 해야 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러기로 했다. 대형 거울을 보면서 수평으로 그으려고 노력하는데 이게 정말 정말 정말 어렵다. 안 보고 맞춘다음 거울을 보면 한참 비껴나가 있어서 열불이 난다.
한동안 그 연습만 할 거 같다. 오늘 안에 마무리했으면 좋겠다.

활이 현을 스치면 송진이 연기로 일어나는데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송진가루가 정말 아름답다.
피아노데이
오래 전 키신이 연주한 겨울바람을 무척 감명 깊게 들어서 많이 들었었는데 (무조건 키신이 연주한 것만 들었다.) 비르투오소를 검색하다 최근의 키신 사진을 보았다. 뽀글대는 머리가 꽤 차분해졌고 나이도 많이 들었다. 그러다가 오늘 유튜브에서 피아노데이 COVID 19 응원 연주를 한다고 해서 보게 되었고… 키신은 당연히 뒷순서였고 역시나.. 너무 시크했다. 한 곡이라니.
보잉 교정기

예스 보우잉이라는 활쓰기 자세 교정 제품을 구매했다. 로젠 택배로 무척 빨리 왔다. 별 기대없이 받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모양새도 깔끔하고 무거운 쇠일거라 생각했는데 플라스틱으로 가볍고 탈착이 매우 용이하다. 말랑 말랑해서 활대가 다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고정된 모양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활용법이 있다. 전부 해당되는데 뭘 해야하나 고민하다 초보자 모양대로 했다.

저렇게 모서리에 걸어주기만 하면 된다. 매우 유용하게 사용할 것 같다.

울림을 위해 어깨받침도 쓰지 않는다는 바이올린 매니아를 기함시킬 화려한 장식이 주렁주렁 달린 모양새가 됐다. 약음기, 어깨받침, 스티커, 교정기까지. 턱받침 커버는 불편해서 빼버렸지만 그것까지 끼우면 더더욱 그렇게 보인다. 폼생폼사로 사는 나인데. 조율기도 멋 없다고 화음으로 맞추려고 고군분투하는 내게 이런 모양새는 참 견디기 힘들다. 그러니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해서 떼는 날이 오게 하자. 일단 제대로 하는게 중요하다. ㅠㅠ 보조기의 힘을 빌려 실력을 늘려야지.
DAY 3 (6h20m+2h)

어제 보잉이 힘과 속도가 모자라서 잘 안된다는 걸 깨닫고 2시간 동안 활을 잡고 들고 계속 다녔다. 그랬더니 오늘 아주 소리가 균일하게 잘 났다. 밤에는 켤 수가 없어서 손가락 연습만 했는데도 오늘 소리가 막히지 않고 났다. 자세도 편해졌고 손가락 통증도 덜했고 손 끄트머리가 벌써 단단해지고 있다. 아직 온음표를 켜는 것은 조금 불안정하지만, 이분음표까지는 깔끔하게 낼 수 있다. 어제 크게 낙심했던 터라 오늘의 발전이 정말 기쁘다.

주말이라 켜지 않으려다가 한 건데, 예상 진도를 1시간만에 다 나가서 다행이다. 아쉽지만 연주는 하지 않고 운지 연습을 할 예정이다. 자세가 익숙해졌는지 불편하지 않다. 다만 활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 손 모양이 자꾸 흐트러진다.
왼손 운지 연습을 하다가 결국 피를 봤다. 손톱 때문이다. 빨리 짧아진 손톱이 자리를 잡길 바란다.